(위르겐 몰트만 엮음, 이신건 옮김, 한들출판사, 1998

 

책은 희망의 신학이라는 책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그리고 지금도 살아 있는 필자의 스승 위르겐 몰트만(94)의 아내 엘리자베트 몰트만-벤델이 남편의 70회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개최한 공개 심포지엄의 강연 내용을 묶은 것이다. 1996년에 독일 튀빙엔 대학의 큰 강당(Kuperbau: 구리 건물)에는 몰트만과 비슷한 나이에 속한 자들로서 같은 시대에서 함께 고민하면서 활기차게 활동해 온 아홉 명의 신학자들이 함께 모였다. 그들의 이름을 열거하자며, 에베하르트 윙엘, 위르겐 몰트만, 도로테 죌레, 요한 밥티스트 메츠, 엘리자베트 몰트만-벤델, 노베르트 그라이나허, 외르크 칭크, 필립 포터(WCC 총무 역임), 한스 큉이다.

몰트만과 나란히 개신교 신학계에서 새로운 신학 운동을 주창한 뮌헨의 세계적 신학자 볼프하르트 판넨베르크는 유감스럽게도 건강의 이유로 참석할 수 없었다고 한다. 작년에 돌아가신 그는 아마도 그때부터 이미 지병을 앓고 계셨던 것 같다. 위대한 학문적 업적(조직신학 3권 등)을 쌓기 위해 지나치게 과로하신 탓이 아닐까 사람들은 추측한다. 몰트만과 함께 새로운 정치신학을 주도한 여성 신학자 죌레는 2003년에 세상을 떠나셨고, 역시 정치신학의 전개와 활동에 열렬히 참여한 가톨릭 신학자 메츠는 2019년에 돌아가셨다. 튀빙엔 대학교에서 몰트만과 나란히 칼 바르트의 충직한 제자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떨쳤던 윙엘, 그리고 많은 저서와 가톨릭교회 개혁에 앞장을 섰던 큉도 작년에 동시에 돌아가셨다.

이 심포지엄이 개최된 주된 목적은 지나간 30여 년 동안 그들이 무엇을 고민했고 무엇을 새롭게 착안했는지를 되돌아보면서, 신학의 후학들에게 유익한 교훈과 신선한 영감을 주려는 것이었다. 그들은 어떤 꿈을 품고 신학의 길에 들어섰는가? 그들은 시대의 도전에 왜 서로 다르게 응답했는가? 무엇 때문에 그들의 신학적 전망이 바뀌거나 여전히 바뀌지 않았는가?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신학적인 문제가 무엇인가? 오늘날에는 어떤 질문이 그들을 사로잡고 있는가? 지금 서로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으며, 어떤 대답을 제시하고 있는가? 이런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9명의 신학자들은 튀빙엔 대학의 대형 강당에 모인 청중들을 뜨겁고 진지하게 달구었다.

그날 참석하셨던 신학자들 가운데서 이미 많은 분들이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들이 남겨 놓은 강연 내용은 그들이 남긴 두꺼운 저서들보다 훨씬 더 깊은 여운과 진한 감동을 남겨 놓았다. 여기서 그들은 아무런 과장과 위장도 없이, 그들이 걸어갔던 신학의 길이 얼마나 험난하거나 치열했는지, 그리고 신학을 통해 그들이 교회와 인간을 섬겼던 발자취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독자들의 가슴에 영원히 새겨 놓았다.

나는 어떻게 변하였는가?”라는 강연 제목은 10년마다 반복되는 신학 잡지 크리스챤 센츄리의 설문을 완곡하게 옮긴 것이다. 이런 질문의 배경에는 베르트 브레히트(Bert Brecht)의 유명한 이야기가 전해 온다. 어느날 코이너 씨가 거리에서 매우 오랜간만에 친한 노인 친구를 만났다. 그에게 당신은 전혀 변하지 않았군요!”라고 말했더니, 코이너 씨의 얼굴이 창백해졌다고 한다.

심포지엄에 참여한 9명의 신학자들 가운데는 자신의 신학이 시대와 환경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변해 왔다는 사실을 강조한 자들도 있지만, 그들과는 달리 시대와 인생의 온갖 도전 앞에서도 결코 변해 오지 않은 점이 있다는 것을 힘써 강조한 자들도 있다. 세월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생각을 바꿨던 신학자든, 어떤 환경에서도 자신의 확신을 굳건하게 지켜온 신학자이든, 누구나 그럴 만한 합당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며, 그래서 모두가 존경과 사랑을 받아야 할 신학자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오늘 우리에게도 늘 무거운 질문은 다가온다. 인간의 중요한 확신도 수시로 변해야 하는가, 아니면 그것은 결코 변해서는 안 되는가? 세월과 시류에 따라서 참으로 변해야 할 것은 무엇이며, 변해서는 안 될 것은 과연 무엇인가? 수시로 변하는 요소들 가운데서도 결코 변해서는 안 될 영원한 진리란 무엇이며, 불변의 진리는 끊임없는 형태의 변화, 이른바 모형교체 속에서 어떻게 자신을 당당히 입증할 수 있는가? 오늘 우리는 지금 어떻게 변하고 있거나 변하고 있지 않은가? 이 책은 이런 중차대한 물음을 오늘을 살고 있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도 던지진 물음이다.

세계적인 신학자들의 신학적 고민과 실존적 경험을 아낌없이 담아 놓은 이 책은 지금 우리에게도 신선한 지혜와 불굴의 용기를 전달해 준다. 한 시대를 이끌었던 그들이 내뱉은 거침없는 고백과 솔직한 고민을 맛본 우리는 그들의 모습이 마냥 부러워진다. 우리에게는 언제 이런 날이 올까? 우리의 우물에서 신선한 물을 길어 마실 때는 언제일까? 독선과 무지, 교권과 이권에 갇혀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거나 양심과 진실을 억누르며 살아가는 대다수 한국의 신학자들은 언제쯤 이처럼 솔직하고 당당하게 멋진 토론도 전개해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