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경 목사님을 추모함

 

 이신건

(2019년 9월 9일)

 

정진경 목사님이 돌아가신 지 10주년이 되는 날에 신촌성결교회에서 그분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분들이 모여서 기념 행사를 주최했다. 정 목사님은 성품이 온유하시고 너그러우셨으며, 신학과 신앙도 편협하지 않고 포용적이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그분은 상당히 많은 분을 포근히 품어 주셨고, 교육과 목회, 교회일치 운동, 선교와 복지 사업을 위해서도 다방면으로 크게 헌신하셨다. 아마 이성봉 목사님 다음으로 성결교단의 위상을 널리 알리고 높이신 분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나는 그분에게 조직신학과 현대신학을 배웠는데, 매우 성실하게 가르쳐 주신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연하다. 내가 아주 날카로운 질문을 제기하여 그분을 당혹하게 만든 적도 있었다. 나의 저돌적이고 공격적인 질문에도 그분은 조금도 화를 내시지 않았고, 그 일로 인해 나에게 어떤 불이익도 주시지 않았다. 과제를 제출하려고 신촌교회 사택까지 찾아갈 때도 친절히 맞아주셨고, 안양에 머무실 당시에 지인들과 함께 명절 인사를 하러 찾아 뵌 적도 있었는데, 사모님과 함께 따뜻하게 영접해 주셨다.

그분의 희수논문집 발간에 나도 논문 하나를 증정하여 수록하게 하였고, 내가 발간한 책 "성결교회 신학의 역사와 특징"에 그분의 신학입장과 목회관을 소개했으며, 내가 운영하는 성결신학연구소에 그분의 생애와 논문, 설교, 동영상 등 많은 자료를 지금도 소개하고 있다.

세상 모든 일에는 빛과 함께 그림자도 항상 있는 법이다. 정 목사님에게 평생 따라다녔던 비난은 전두환을 축복하시고 광주 민주화 운동을 폄하하셨던 사실에서 기인한다. 언론이 철저히 통제되었던 상황에서 사실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겠지만, 그 당시 성결교회 군목(문 모 목사)에게 정치적으로 이용당하셨던 것 같다.

생전에 그분은 공개적으로 회개하는 태도를 표명하시지는 않았지만, 그 일을 미화하시거나 변명하신 적이 전혀 없었으며, 내심으로는 매우 괴로워하셨던 것 같다. 사후에 신촌교회 이정익 목사님이 그분을 대신하여 공개적으로 회개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그분의 성품이 매우 온유하셨고 신학도 상당히 포용적이었기 때문인지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너그럽게 품으려고 노력하셨던 것 같고, 그래서 윗 사람을 향해서는 날카로운 비판을 하지 못(안?!) 하셨던 것 같다.

여하튼 그분이 떠나가신 빈 자리가 너무 크게 보인다. 우리 교단과 한국교회에서 그분만큼 많은 분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분이 지금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 아쉽고, 그분처럼 욕심과 야망을 내려놓고 특히 낮은 자를 섬기는 목회자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도 아쉽다. 아래 사진은 12년 전(2007년 2월 26일)에 아현동에 위치한 서울신학대학의 옛 건물이 해체되기 전에 강당에서 함께 찍었던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