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가르기
문화
2001년 8월 6일 중앙일보 시사 만화 (왈순 아지매) |
건국 이래, 아니 이 땅에 신문이 발간된 이래 처음으로 실시된다는 언론사 세무 조사 때문에 정국이 씨끌법적하다. "성역 없는 공정한 세무 조사"라는 정부와 여당의 견해와 "세무 조사를 빌미로 한 언론사 재갈 물리기, 언론 탄압"이라는 야당과 대다수 언론사의 입장 사이에서 많은 국민들을 혼란을 겪고 있다. 한편으로 보면, 언론사도 엄연히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세무 조사가 한번도 없었다는 것이 오히려 참으로 괴상망칙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언론사로서는 여론 형성의 막강한 힘 때문에 지금까지 대단한 특혜를 누려온 셈이고, 정부와 정당은 언론의 눈치를 보느라 언론사의 돈보따리를 지금까지 풀어보지 못한 셈이다. 아니 정당도 언론사와 적당히 뒷거래하면서 상부상조해 왔을 법하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지금까지 언론은 강력한 정부에 비해 약자의 입장에 서 있었고, 독재정권은 늘 언론사를 길들이고 탄압해 왔기 때문에, 언론사는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와 보호를 받아온 성역이었다. 이 성역 속에서 언론사는 나름대로 특혜를 누려왔던 셈이다. 그런데 이제 독재 정권도 거의(?) 사라졌고, 언론을 탄압하는 행위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므로 언론사도 이제는 재정적으로 투명, 깨끗해야 하고, 세금도 정직하게 내어야 한다. 그런데도 언론사들은 세무 조사를 언론 탄압이라고 아우성치고 있다. 지금까지 누려온 특혜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비겁하게 과거의 논리를 억지로 끌어오는 것인가, 아니면 정부가 세무 조사를 빌미로 뭔가 정치적 꼼수를 부리는가? 여론 조사에 의하면, 대다수 국민들이 성역 없는 세무 조사를 지지하면서도 언론 탄압의 소지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고 보면, 정확하게 판단하고 정확하게 편가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 수 있다. 각자의 이해 관계에 따라, 또 정치를 보는 눈에 따라 판단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심각한 문제는 갑자기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 간에 인위적인 "편가르기"가 너무나 성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통일 세력과 반통일 세력, 개혁 세력과 반개혁 세력,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 자본주의자와 사회주의자, 기득권 집단과 반기득권 집단 등 온갖 수식어가 신문 지상에 등장하고, 정치가들과 지식인들도 한술 더 떠서 편가르기를 조장한다. |
우리 나라가 사악한 붕당정치로 인해 부패하고 망하였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해방과 건국 이후의 심각한 분열 끝에 끔직한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으며, 그 이후로도 끊임없는 대립과 갈등이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해왔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세계 최후의 분단국가로 남아 있으며, 아직도 지역 갈등과 종교 갈등, 교파 갈등 등 수많은 갈등 속에서 우리는 신음하고 있다. 물론 사람마다 나라마다 "편"이 있다는 것은 자연스럽다. "편" 자체가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며, "편가르기"도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예수님도 "예와 아니오를 분명히 하라 "고 말씀하셨고,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자는 우리와 한편이다"라는 뜻의 말씀도 하셨다. 심지어는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가족과의 결연한 단절까지 요구하셨다. 그러므로 "뭐든지 좋은 게 좋은 것이다", "누이좋고 매부좋다", "이러면 어떠하고 저러면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엃혀지면 어떠하리"라는 태도는 분명히 좋은 것도 아니고 올바른 것도 아니다 . 진리와 거짓, 정의와 불의, 선과 악, 어둠과 빛, 자유와 억압, 죽음과 생명은 서로 함께 할 수 없다. 이런 "편가르기"는 결코 나쁘지 않다. 가장 심각하고 치유할 수 없는, 아니 구원받을 수 없는 문제는 위장과 위선에 있다. 악이 선을 위장하고 거짓이 진실을 위장하는 것은 가장 큰 타락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사탄을 "거짓의 아비"(요 8:44)"라고 칭하셨다. 그러므로 정직한 죄인은 부정직한 의인보다 하나님의 나라에 훨씬 가깝다. 죄인과 탕자에게조차 관대하셨던 예수님도 위장과 위선을 일삼는 자들에게는 매서운 비판을 가하셨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금 "누구의 편을 들것인가?"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누가 더 진실한 말을 하고 있는가?"를 올바로 가리고, 진실한 자의 편에 서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오직 진실만이 영원하다. 오직 진실만이 최후까지 승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