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33)

과학과 종교는 조화될 수 있는가?

      

(2017년 9월15일)

 

오래 전에 읽었던 책 야누스의 저자 아서 케슬러는 인간(호모 사피엔스)의 뇌가 급속도로 폭발적으로 발달하여 이성적 능력이 생겨났지만, 정서에 묶여 있던 낡은 구조와 적절히 통합되거나 조정되지 못하여 정신적으로 불균형한 종이 탄생했으며, 그 결과로 합리적 사고와 비합리적인 신념 사이의 만성적인 분쟁, 그로 인한 편집적인 경향이 초래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를 그는 악어와 말과 사람이 공존하는 인간 뇌의 모순이라고 정의했다. 인간의 정신적 병리(편집증)와 갈등(대학살)은 바로 바로 이런 뇌의 모순으로부터 기인한다고 그는 보았다.

오늘 아침에 한겨레 신문에서는 흥미로운 새로운 책이 소개되었다. “미래 중독자의 저자 다니엘 밀로에 따르면 진화의 열쇠는 큰 뇌가 아니라 미래라는 개념의 발명에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물들에게는 오직 과거와 영원한 현재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인간은 내일, 즉 미래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오직 인간만이 미래를 계획하고 기대하고 희망하고 주도면밀하게 준비하고 실행할 줄 안다. 그러나 인간은 이로써 행복해지기보다는 수많은 불만과 불안과 공포 속에 살아가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해결책은 없다. 왜냐하면 인간이 인간 이전으로 돌아가거나 부처처럼 해탈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자마자 나는 희망의 신학의 저자 몰트만의 주장을 떠올렸다. 몰트만에 따르면 기독교의 본질은 희망에 있다. 하나님이 약속한 미래와 그에 대한 희망 때문에 인간은 - 만족스럽거나 불만족스러운 - 현실에 결코 안주하지 못하고 새로운 미래를 기대하게 되며, 그래서 현재로부터 탈출하게 된다. 미래로부터 현재 속으로 파고 들어오는 희망의 하나님은 미래적인 약속을 통해 현재적 상태를 극복하고 초월하게 만들며, 그래서 현재적 상황과 긴장하고 갈등하게 만든다. 따라서 기독교는 단지 평안의 종교일 뿐만 아니라 불안의 종교이기도 하다. 하나님과의 평화는 불의한 세상과의 불화를 낳는다.

이 두 책을 비교하면, 밀로의 이론이 마치 몰트만의 주장을 진화론적, 과학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뒤늦게 등장하고 있는 듯이 비친다. 물론 밀로가 그리스도인인지, 그리고 몰트만을 알거나 추종하고 있는지를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과학이 종교와 갈등하고 대립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조화될 수 있음이 여기서도 드러난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