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세 천국


(2019년 4월 10일)

 

비록 히말라야 설산은 아니어도, 용문산에 내린 하얀 눈이 아름답다 못해 눈이 시리도록 부시다. 유유자적하게 흐르는 남한강변에 돋아나는 버들과 멋진 자태를 뽐내는 소나무 사이에서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벚꽃도 화사하다 못해 농염하다. 황진이처럼 멋진 시는 짓지 못하더라도, 쉬이 지나갈 봄날을 멋지게 카메라에 붙잡아 보았다. 누가 이렇게 아름다운 수를 놓을 수 있으며, 누가 이렇게 화사한 봄을 노래할 수 있으랴?

아, 누가 만물 속에 하나님의 신성과 영광이 가득하다고 말했던가? 인간이 아무리 이를 왜곡하고 악용하더라도, 인간보다 더 강하시고 더 거룩하신 하나님이 이를 가만히 보고 그대로 놓아두실 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마치 자연이 하나님의 무도장인 양 무릉도원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로 나를 유혹한다. 이런 봄에 취하지 않고서야 어찌 인간이라 말할 수 있겠으며, 더욱이 어찌 창조주의 자녀들이라고 자랑할 수 있겠는가!

어쩌면 천국도 이렇지는 못하리라. 숱한 보석이 내게 무슨 소용이며, 수많은 천사들의 노래가 무슨 대수랴! 현세 천국을 매일 창문 밖으로 엿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로서 나는 무한한 감격과 기쁨을 누린다. 우리의 삶이 아무리 팍팍해도, 자연의 위대한 숨결과 그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하나님의 영을 값없이 항상 들여 마실 수만 있다면, 절망이 무슨 그리 큰 대수이겠으며, 죽음인들 뭣이 무서우랴!

나의 사랑하는 벗들이여, 나의 그리운 님들이여! 살벌하고 표독한 도시의 그늘에서 벗어나, 어서 빨리 자연의 품으로 달려오라! 소돔과 고모라가 아무리 화려하고 편리해도, 그것은 질병과 허무의 독을 탄 독배와 같고 거짓 행복을 속삭이는 달콤한 악마의 치명적인 유혹인 줄을 왜 모르는가? 그 속에서 아무리 노래하고 춤을 춰도, 그것은 마침내는 허무와 절망으로 달려가는 질주임을 왜 모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