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의 기원

(2020년 2월 29일)

 

나는 오랫동안 교리와 조직신학을 가르쳐 온 교수였지만, 내게도 교리와 조직신학은 언제나 딱딱하고 싫증을 쉽게 일으킨다. 무거운 논리와 딱딱한 문체로 이루어진 교리는 일반 대중을 단 시간에 감동시키기 어렵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은 오래 전부터 이야기를 무척 좋아했기 때문에 이야기 식으로 강의하고 설교하는 사람이 항상 인기를 잘 얻는다. 그렇지만 조직적인 교리 교육을 무시해온 결과가 얼마나 가혹하는지를 아는가?

예컨대 자녀들에게 줄곧 달고 연한 음식만을 먹여 보라. 그들이 뚱뚱하고 허약한 사람이 되어 사회에서 쓸모없는 존재로 취급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클 것이다. 자녀들이 아무리 완강하게 거부하더라도, 뼈와 근육과 두뇌에 좋은 음식을 줄기차게 먹여야 한다. 그래야 외부의 공격과 유혹에 쉽사리 흔들리지 않고 무너지지 않는 강골 인간이 될 것이다. 물론 딱딱하고 맛없는 음식을 거부하는 자녀들을 위해서는 적당히 가미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단과 사이비 교주가 출현하고 횡행할 때마다 나는 사회적, 심리적인 원인과 함께 그들의 치밀한 조직 운영과 조직적인 이론 주입에 주목한다. 신천지가 특히 호남 지역에서 가장 조직적이고 급속도로 성장한 것은 특히 5.18 이후의 상실감과 소외감, 그리고 미래를 박탈당한 20대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이단은 매우 정교한 이론을 만들어 무지한 사람을 세뇌함으로써 두뇌를 쉽사리 장악하고 탁월하게 조종한다. 이에 반해 정통교회는 조직적인 이론과 교리 교육에 거의 무지하고 무능하기조차 하다. 조직신학과 교리가 한국교회에서 얼마나 심하게 외면을 받고 있는가! 조직신학적, 교리적인 책이 교회 현장에서 얼마나 천대를 받고 있는가?

이와는 달리 단기간의 부흥 프로그램, 감정을 부추기는 행사, 외형적인 과시와 선전 홍보를 위한 활동이 얼마나 많은가? 이런 점에서 오늘날 신천지의 발흥은 조직신학적, 교리적 교육을 통해 어떤 이단에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신자들을 강하게 무장시키지 못한 정통교회의 자업자득이 아닐 수 없다.

이보다 더 비극적인 사실은, 대부분의 교회가 이단의 발흥과 사회적 위기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면서, 자신의 책임을 되돌아보며 철저히 반성한 후에 새롭게 출발하는 용기와 능력을 발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기껏해야 신천지의 출입과 유입에만 더욱 더 신경을 쓸 것이며, 신천지 교인보다 더 강한 교리적 확신을 지닌 신자를 양육하는 일은 계속 회피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왜냐하면 조직신학적 교리 교육은 딱딱하고 지루하고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때로는 교회에도 혼란과 상처를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