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이 무슨 죄인가?

(2020년 3월 5일)

   

 

며칠 전에 문재인 대통령이 국기에 대해 경례할 때 오른손이 아니라 왼손을 가슴에 댔다는 사진(그림)이 페북에 올라왔다. 나는 이 사진이 실제 사진인 줄로 알았는데, 오늘 실제 사진과 함께 청와대의 해명이 올라왔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포된 문재인 대통령이 왼손으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는 사진은 허위조작된 합성 사진입니다!” 이제야 비로소 나도 순진하게 속았음을 알았다.

물론 처음 이 사진을 볼 때, 작은 의심이 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오늘날 사진 조작의 기술이 워낙 발전했기 때문이다. 나도 오래 전에 포토샵을 조금 배워 지금도 활용하고 있지만, 디지털은 무한 변신과 조작이 가능하다. 그래서 미래 사회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기보다는 걱정이 더 앞선다. 미래는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행위 자체가 매우 어리석은 짓이 될지도 모른다.

이 사진을 진짜 사진으로 생각하고 보았을 때, 우선은 선의로 해석해 보았다. 바쁘고 고단한 대통령이 저 정도의 가벼운 실수는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실수하지 않는 인간도 참 인간인가? 남의 실수를 왜 내가 비웃어야 하는가? 나는 덜 바쁘고 덜 고단하게 살지만, 이보다 더 큰 실수를 자주 저지른다.

혹시 대통령이 왼손잡이가 아닐지도 생각해 보았다. 나도 오른손 못지않게 왼손을 잘 쓰며, 자주 양손을 자유롭고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왼 손으로는 숟가락을 잡고 국과 찌개를 떠먹고, 오른손으로는 젓가락을 사용하기도 한다. 운전을 할 때 나는 자주 불평한 적이 있다. 왜 나는 두 발을 가지고 있음에도 굳이 오른 발만을 쓰면서 왼 발을 퇴화시키고 있는지 자문하곤 한다. 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자주 왼손으로 칫솔질을 한다.

왼손은 우뇌와 연결되어 있고 우뇌는 상상과 창조, 직관 등의 기능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세계적인 천재와 지도자들 가운데는 왼손잡이가 상당히 많다. 나도 그런 부류에 속하고 있다고 자부해 보곤 한다.

그러나 이 사진을 심층심리학적으로 해석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사진을 조작한 사람은 대통령은 멍청하고 무식하고, 심지어 좌파 빨갱이다!”라는 생각을 유포하려고 했을 것이다. 피곤하고 바빠서 잠시 실수할 수는 있겠지만, 문재인 대통령을 멍청하고 무식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전혀 없다. 돌이나 물, 닭 머리에 비유되어 심한 조롱을 받은 과거의 대통령에 비한다면, 현 대통령은 훨씬 지혜롭고 똑똑한 편이 아닌가!

그러나 새삼 궁금해진다. 왜 우리는 국기 앞에서 오직 오른손으로만 경례해야 하고, 왼손으로는 하면 안 되는가? 아마도 왼쪽의 심장에 손을 대려면, 오른손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 듯하다. 심장처럼 우리의 애국심도 뜨겁고 힘차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그랬을 법하다. 이런 점에서 오른 손을 생명이 약동하는 중요한 신체 기관 위에 올리게 하는 것은 십분 이해가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좌파이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왼손을 썼다고 하더라도, 나는 전혀 어색하지 않았을 것이다. 왜 우파만이 옳고, 좌파는 틀리는가? 우리의 신체 기관 중에서 오직 하나뿐인 것은 오직 중심에, 가운데 위치해 있는데, 하필 심장만은 왜 왼쪽에 있을까? 인간을 창조하신 하나님만이 아실 일이겠지만, 왼쪽의 두뇌만이 아니라 왼쪽의 심장이 가장 중요한 신체 기관인지를 가르쳐 주시려는 하나님의 가르침은 아닐까?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나는 좌파, 좌익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누가 내게 이런 딱지를 붙여도, 나는 기분이 전혀 나쁘지 않다. 아니 도리어 감사하다. 그래, 너는 우파지만, 나는 좌파다! 어쩔래? 때로는 나도 우파가 될 때도 있다. 그렇다고 내가 변질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심만을 잘 잡는다면, 좌든 우든 무슨 상관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