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그리스도의 통치
행 2: 34-36
2006년 3월 12일 : 현풍제일교회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에게 주님의 평화가 가득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지난 주일에 이어 오늘도 사도신경을 계속
배우겠습니다. 하늘에 오르신 예수님은 하나님의 우편에 앉으셨습니다. 하지만 지난 주일에 말씀을 드린 대로 예수님이 스스로 하늘에 올라가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에 의해 하늘에 들림을 받으신 것처럼, 예수님이 스스로 하나님의 우편에 앉으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에 의해 하나님의 우편에 앉히셨다고
말해야 정확합니다. 좌우간 부활하신 예수님은 하나님의 우편에 앉으셨습니다(막 16:19, 히 1:13 등). "예수님이 하나님의 우편에
앉으셨다"는 말은 무슨 말입니까? 하나님은 영이시므로 특별한 장소에 머물러 계시지 않습니다. 순진한 어린이가 종종 상상하듯이, 하나님은 하늘
높은 왕궁의 보좌에 앉아 계신 임금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영이시므로 만지거나 볼 수 있는 물체가 아니며, 더욱이 은밀한 곳에 조용히 앉아 있는
뒷방 늙은이도 아닙니다. 영이신 하나님은 바람처럼 한 군데 머무르시지 않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회전하시는 그림자도 없습니다(약 1:17).
그렇다면 하나님의 오른 편이란 무엇을 말합니까?
'하나님의 우편'이란 예수님이 앉아 계신 자리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우편'이란 예수님의 직분과
역할을 말합니다. 이 말은 시편 110편 1절의 말씀을 생각하게 합니다. "여호와께서 내 주에게 말씀하시기를, 내가 네 원수로 네 발등상 되게
하기까지 너는 내 우편에 앉으라 하셨도다." 이 말은 왕의 즉위식을 상기시킵니다. 고대 동방에서는 왕의 오른 편 자리는 곧 왕의 권능을 행사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이 하나님의 우편에 앉으셨다"는 말은 "예수님이 하나님의 권능을 행사하는 자리에 앉으셨다"는 말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물려 받으셨습니다(마 28:18). 부활하신 예수님은 하나님의 능력과 영광에 참여하시게 되었습니다(빌
3:10, 3:21, 엡 1:20, 벧전 3:22). 세상의 주님이면서도 종으로 오셨던 예수님은 이제 다시금 세상의 주님과 왕이 되셨습니다.
하나님의 통치를 선포하셨던 예수님이 이제부터는 친히 만물의 통치자가 되셨습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하나님의 나라는 그리스도의 나라가 되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제부터 하나님의 통치는
그리스도의 통치 안에서, 그리스도의 통치를 통하여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만물은 그리스도에게 복종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이 만유의
주로서 만유 안에 계실 그 날까지 그리스도는 만물을 통치하시는 만물의 주가 되셨습니다(고전 15: 28).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부활과 승천
후부터 초대교회는 그리스도가 주님이 되신다는 사실을 선포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를 섬기는 것은 곧 하나님을 섬기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통치를 받는 것은 곧 하나님의 통치를 받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려면, 그리스도의 통치를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통치를
받지 않고서는 하나님의 통치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주 만물 가운데서 그리스도 외에는 다른 통치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히틀러가 독일의 정권을 장악하고 교회를 지배하려고 시도했을 때, 이에 저항한 독일의 '고백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만이 세상과 교회의 주님이시다"고 선언하였습니다. '고백교회'는 유명한 '바르멘 선언'을 채택하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이 이 세상과
교회를 통치하시며, 교회는 오직 그분의 음성을 듣고 그분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크게 천명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부활하시고
승천하시고 하나님의 우편에 앉으신 예수 그리스도는 지금 만 왕의 왕, 만 주의 주로서 만물을 다스리십니다.
그렇다면 예수 그리스도는 어떻게 통치하십니까? 먼저 그리스도는 교회의 머리로서 교회를 통해 통치하십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는 교회를 어떻게 통치하십니까? 그리스도는 칼과 창으로 다스리시지 않습니다. 그리스도는 법과 권력과 돈으로도 다스리시지
않습니다. 그리스도는 말씀과 성만찬을 통해 다스리십니다. 그런데 말씀과 성만찬은 어떻게 받습니까? 오직 믿음으로만 받습니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는 오직 믿는 성도를 통해 성령 안에서 교회의 머리로서 교회를 다스리십니다. 성도는 믿음 안에서 말씀과 성만찬을 받습니다. 그리고
말씀대로 순종하고 성만찬을 받습니다. 이로써 성도는 이 땅에서 그리스도의 통치를 받아들입니다.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섬김으로써, 성도는 그리스도의
백성이 됩니다.
그런데 그리스도는 단지 교회의 머리로서만 교회를 통치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그리스도는 또한 교회 안에 충만히
거하십니다. 모든 정사와 권세의 머리이신 그리스도는 신성의 모든 충만으로 교회 안에 거하십니다. 그리고 교회도 그리스도 안에서 신성의 모든
충만을 누립니다(골 2:10).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도 그리스도의 권능과 영광에 참여합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성도는 왕과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교회와 그리스도는 둘이 아니라 곧 하나입니다. 교회는 곧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 예수를 주님으로 믿는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행동해야 하고, 그리스도 안에 뿌리를 내려야 하며, 그리스도의 가르침대로 굳건하게 살아가야 합니다(골 2:6).
그리스도의 통치는 교회 안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그리스도는 또한 만물의 주로서 만물을 다스리십니다. 그러면
그리스도는 어떻게 만물을 다스리십니까? 그리스도의 통치는 교회의 선포를 통해 온 인류로 뻗어나갑니다. 교회의 선교를 통해 그리스도의 통치는 온
세상에 선포되고 온 세상 안에서 실현되어 갑니다. 그러므로 부활하신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마 28:18-20). 그러므로 모든 족속들에게 나아가 복음을 선포하고 그들을 제자로 삼고 그들에게 세례를 주고 그리스도의
말씀대로 가르치고 지키게 하는 것은 곧 그리스도의 통치를 확산하는 길입니다.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이 땅에서 그리스도의 통치를 실현할 수 있는
권한과 의무를 주셨습니다. 그리스도는 선교의 사명을 실천하는 우리와 늘 함께 하시며, 선교의 사명을 실천하는 우리를 통해 세상을 다스리기를
원하십니다.
만약 우리가 주님의 선교 사명을 제대로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리스도는 어떻게 이 땅을 다스릴 수 있습니까? 다른
말로 하면, 만약 우리가 그리스도의 선교 명령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리스도는 이 세상을 전혀 다르실 수 없게 되고 맙니까? 아닙니다.
그리스도는 선교를 실천하지 않는 우리 대신에 다른 백성을 선택하실 것입니다. 오래 전에 하나님이 하나님의 백성이었던 이스라엘 백성을 버리시고,
그 대신에 이방인을 하나님의 백성으로 삼으신 사실을 여러분은 잘 알고 계시지요! 그 덕분에 참 감람나무의 가지였던 이스라엘 백성이 원래의
줄기에서 꺾여져 나가고, 그 대신에 돌 감람나무와 같았던 우리가 접붙임을 받아서 하나님의 백성이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만약 우리가 교만하고
태만하면, 만약 우리가 그리스도의 선교 명령에 제대로 순종하지 않는다면, 그리스도는 불순종하는 우리도 꺾어버리실 것이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전혀 뜻밖의 백성을 부르실 것입니다. 좌우간 그리스도는 어떤 교회든지, 교회를 통해 이 세상을 통치하길 원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리스도의
은혜에 감사하여 죽기까지 충성해야 하겠습니다.
그리스도는 말씀과 성만찬을 통해 교회를 다스리시고, 또한 교회의 선교를 통해 이 세상을 다스리신다고 하였습니다.
여기서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통치는 오직 교회를 통해서만 이루어집니까? 물론 그리스도는 교회를 통해 가장 힘차게, 가장 효과적으로
이 세상을 다스리십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 수는 없지만,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그리스도의 통치에 순종하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는 온 창조의 머리가 되시기 때문입니다. 하늘 위에 오르신 그리스도는 만물을 충만케 하기를 원하십니다(엡 4:10). 그리스도는
모든 정사와 권세의 머리가 되셨습니다(골 2:10). 그러므로 그리스도는 세상 통치자와 지도자를 다스리십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다시피, 헨델은
'메시아'라고 하는 유명한 노래를 작곡하였습니다. 그 중의 클라이맥스는 합창 '할렐루야'입니다. 이 노래가 처음으로 연주될 때, 영국 국왕 조지
2세가 '할렐루야'를 듣는 중에 너무나 감동한 나머지 기립했다고 합니다. 이 날 이후로 '할렐루야'가 불려질 때, 모든 청중이 기립하는 전통이
생겨났습니다. 대영제국의 국왕도 "왕의 왕, 주의 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에게 경의와 순종을 표했습니다.
세상의 왕이 그리스도에 복종하든 말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그리스도를 경배하든 말든, 만물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창조되었고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유지됩니다. 그러므로 만물은 그리스도의 통치 아래 있습니다. 아니 그리스도는 창조 만물 안에 충만히
계십니다. 그리스도는 미물(微物) 안에도 거하시고, 광대한 우주 안에도 거하십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의 통치는 여전히 감추어져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통치는 믿음의 눈으로만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통치를 거부하는 세력들, 혼돈과 어둠의 세력들이 아직도 활개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완전한 통치는 아직도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피조물은 그리스도의 온전한 통치가 이루어질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롬 8:19).
세상이 그리스도를 거역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심지어 교회 안에서도 그리스도의 통치는 완전히
이루어지지 못할 때가 허다합니다. 교회 안에도 알곡만이 있는 게 아니라 쭉정이도 섞여 있습니다. 교회 안에도 순한 양만이 있는 게 아니라 흉악한
이리도 들어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누가 알곡이고 쭉정인지, 누가 양이고 이리인지를 잘 분간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성급히 쭉정이를 뽑으려고
하다가는 알곡까지 다치기 쉽습니다. 성급히 이리를 몰아내려고 하다가는 양에게도 상처를 입히기 쉽습니다. 그러므로 교회 안에서 우리가 방자하게
주님과 심판자의 역할을 하려고 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마지막 날에 그리스도가 친히 심판하실 것입니다. 혹시 우리 자신이 쭉정이와 이리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되돌아보기를 힘써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늘 깨어 기도해야 합니다. "주여, 교회를 친히 다스려 주소서! 양의 목자가
되신 주여, 우리를 친히 인도하시고, 우리를 친히 다스려 주소서! 세상 끝까지 우리를 은혜와 진리로 인도하소서! 하나님의 나라가 속히 오게
하소서!"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여러분이 인정하든 말든, 세상 사람이 믿는 말든, 오직 그리스도만이 세상과 교회의 주님이 되십니다. 만물의 주인은 권력자, 부자가 아닙니다. 만물의 주인은 힘과 돈이 아닙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이 은밀한 가운데 세상을 다스리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범사에 그분을 인정하십시오. 범사에 그분의 뜻을 묻고, 그분의 뜻대로 살아가십시오. 그리스도의 통치에 즐거이 순종하십시오. 그리고 그리스도의 나라를 위해 힘써 일하십시오! 그리하신다면, 예수 그리스도는 여러분을 세상 마지막 날까지 보존해 주실 것입니다. 아니 여러분도 마지막 날에 그리스도와 함께 왕 노릇하실 것입니다. 여러분도 그리스도의 보좌 옆에 앉아 영원토록 하나님의 영광을 누리실 것입니다. 여러분을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준비되었습니다. 의로우신 재판장이 되신 주님이 마지막 날에 그 면류관을 여러분에게 주실 것입니다(딤후 4:8). 영광의 면류관(벧전 5:4)을 주실 것입니다. "네가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면류관을 네게 주리라"(계 2:10). 아멘, 주 예수여, 어서 오시옵소서(계 2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