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생명의 증인이 됩시다
요 10:10
2003년 2월 23일, 현풍제일교회
금요일에 대구 시내에 다녀오던 길에 저는 지하철 재난으로 인해 졸지에 생명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설치된 합동 분향소에 들러서 조문하고 왔습니다. 영정 사진을 보니, 그 중에는 어린 소년 소녀의 얼굴도 눈에 띄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생명이 다 소중하지만, 특히 그 어린 나이에 한번 피어보지도 못하고 뜨거운 불에 연기처럼 사라진 어린 생명의 꽃들을 보니,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날 밤에 저녁을 먹기 전에 텔레비전을 틀었는데, 마침 이번 재난 사고를 주제로 토론하는 특집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었습니다. 사회자는 먼저 이번 사고의 원인이 무엇이며, 누구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는지를 질문한 후에 토론자와 방청객, 그리고 시청자의 의견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우리의 의식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너무 앞선 기술을 일찍 들어왔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났다고 말하였으며, 또 어떤 사람은 대구시와 지하철 관리자들의 책임을 물었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정신병 환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따졌습니다. 여러분은 누구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물론 특정인의 책임을 엄정하게 물어야 하겠지요. 그리고 잘못된 관리 시스템도 중요한 원인이 되겠지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번 사건의 가장 튼 원인은 생명을 경시하는 태도에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가 이 사건에 원인을 제공한 셈이며, 우리 모두가 이 사건에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입니다.
오늘날 우리 인류는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 심각한 위기란 무엇입니까? 단지 경제 위기만도 아니고, 전쟁 위기만도 아닙니다. 오늘 우리를 위협하는 가장 큰 무기는 핵무기도 아니고, 테러도 아닙니다. 우리를 가장 위협하는 가장 큰 세력은 다름이 아니라 생명을 경시하는 사상입니다. 우리는 지금 생명의 위기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기술과 물질, 경제 성장만이 절대적인 것처럼 숭배되는 이 세상에서 이 땅의 생명들은 점점 더 벼랑에 몰리고 있습니다. 심각한 자연 파괴와 환경 오염으로 말미암아 해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수많은 생명체들이 멸종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들도 점점 더 물질적 가치관에 매혹되어 생명을 경시하고 있습니다. 돈 때문에 어린 자녀와 늙은 부모를 쉽게 버리는가 하면, 형편이 조금만 어려워도 청소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자살하거나 남을 죽이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다시피, 이번 대형 사고에서 목숨을 잃게 된 전동차는 원래 불이 일어난 전동차가 아니라 마주보고 달려온 전동차였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희생되었는데, 그 가장 큰 이유는 전동차 운전사가 전동차 문을 여는 열쇠를 들고 도망가는 바람에 승객들이 갇힌 채로 질식해 죽었기 때문입니다. 정비하던 두 사람은 승객을 구하느라 목숨까지 바쳤는데, 정작 승객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운전사가 승객들의 생명을 조금도 염려하지 않고 줄행랑을 쳤다고 하니,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닙니까? 그가 아무리 비겁하고 판단력이 떨어진 사람이라고 치더라도,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입니까? 승객들 중에 자기 가족이 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정말 그랬을까요?
이런 사고를 당하면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지를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비록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식이지만, 그래도 외양간을 제대로 고치기만 한다면, 앞으로는 소를 잃어버릴 염려는 없지 않겠습니까? 생명의 위기 시대에 우리 그리스도인이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곧 "생명의 증인"이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생명을 주셨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명이 더 풍성해지기 원하십니다. 아니 하나님은 우리의 생명이 이 세상에서만 풍성해지는 데 그치지 않고, 영원까지 이어지고, 또 영원 속에서 우리의 생명이 영광에서 영광으로 나아가기를 바라십니다. 그러므로 오늘날 우리가 특히 실천해야 할 가장 긴급한 사명은 복음은 다름이 아니라 "생명의 복음"을 전하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생명의 증인이 될 수 있습니까?
1. 생명의 증인이 되는 길은 생명을 가장 아끼는 데 있습니다.
생명은 거룩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생명의 근본이신 하나님이 거룩하시고, 그 하나님이 생명을 거룩하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옛 이스라엘 백성에게 피를 마시지 말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왜냐하면 옛적에 사람들은 생명이 피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이웃 생명을 살해하지 말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왜냐하면 생명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하나님은 안식일에 쉬시면서 생명을 축복하시고, 생명과 더불어 교제하시며 안식하셨습니다. 그래서 이 날이 되면, 동물과 땅조차 생명력을 회복하도록 쉴 수 있게 하셨습니다. 이처럼 하나님은 생명을 그 무엇보다 가장 소중히 여기십니다.
하나님은 죽은 자의 하나님이 아니라 산 자의 하나님이십니다. 그뿐 아니라 그분은 영원히 살아 계신 분으로서 우리 피조물에게도 생명을 주시기를 기뻐하셨습니다. 하나님은 만물에 호흡을 주시고 생기를 주시는 분이십니다. 더욱이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하실 때, 당신의 숨, 생명의 기를 직접 불어넣어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만약 하나님이 생명의 호흡을 거두어 가시면, 우리는 그 날로 흙이 되고 맙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사람들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생명이 물질에 있는 줄 알고 장사하고 농사하여 모은 재산을 곡간에 가득 채우지만, 자신의 생명이 언제 끝날지 모르고, 마치 영원히 사는 것처럼 어리석게 사는 것입니다.
사람은 그 어떤 피조물보다 고귀한 존재로 창조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인간은 온 만물보다 더 귀합니다. 온 천지보다 더 귀합니다. 이런 인간 생명을 어찌 돈으로, 물질로 바꿀 수가 있겠습니까? 이런 인간 생명을 어찌 돈이나 물질보다 못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사람의 생명은 물질의 많고 적음에 있지 않다고 주님은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덧없는 물질만을 열심히 쫓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현대인들은 자신의 생명과 가족의 생명을 잘 돌보지 않으며, 심지어는 물질을 위해 남의 생명을 죽이고 남의 가정을 파괴하기까지 합니다. 테러와 전쟁을 공공연히 일삼으며, 단 하나 뿐인 생명 공동체인 지구를 마구 더럽힙니다.
이런 시대에 사는 우리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살아야 하며, 어떠한 삶을 전파해야 하겠습니까? 사도 바울이 말한 것처럼 우리는 이 시대를 본받을 것이 아니라 마음을 새롭게 하여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삶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바로 생명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입니다. 생명을 아끼고 키우고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 죽음의 세상 가운데서, 이 죽임의 문화 가운데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불신자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깨우쳐 주고 실천하여야 하겠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하나님이 우리에게 위탁하신 거룩한 사명입니다.
2. 생명의 증인이 되는 두 번째 길은 생명에 유익한 생활을 하는 데 있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우리는 어떻게 하여야 생명에 유익한 삶을 살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어떤 형편에서든지 사랑하고 기쁘게 사는 것입니다. 경제 사정이 어려워졌다고, 가정과 자녀를 버리고 가출하는 사람들, 인생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을 볼 때마다, 현대인들이 얼마나 허약한 모래 위에 삶을 세우고 있는 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절망과 죽음의 시대에 그리스도인이 감당해야 할 선교는 바로 "생명의 선교"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사랑과 기쁨을 통해 생명을 증언하는 자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생명의 근원이신 하나님은 바로 사랑 그 자체이십니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자들은 건강한 생명을 누리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사랑을 주고받을 때, 우리 몸에서는 고장난 유전자를 고치고 독소를 중화하는 에너지가 나온다고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몸에서는 건강에 유익한 엔돌핀이 나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두뇌에서는 암세포를 죽일 수 있는 강력한 에너지가 나온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절망과 고난의 이 시대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서로 사랑하라" 주님의 계명을 힘써 지켜야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불신자들보다 더 건강한 풍성한 생명을 풍성히 누릴 뿐만 아니라, 불신앙과 미움과 절망 때문에 죽음으로 치닫는 어리석은 현대인들을 생명으로 인도하는 "생명의 증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기쁨도 건강한 생명에 크게 이바지합니다. "마음의 즐거움은 양약이라도 심령의 근심은 뼈로 마르게 한다"고 잠언은 말하고 있습니다(잠 17:22). 성경 말씀은 곳곳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고난을 오히려 기뻐하라고 권면합니다. 왜냐하면 고난은 입에 쓰지만, 그 속에는 큰 축복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고난은 더 큰 소망을 낳기 때문입니다. 고난은 사람을 더 지혜롭게 하고 더 쓸모있게 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종종 고난을 당할 때면, 가장 먼저 하나님께 감사하는 훈련을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마음 속으로 고백하려고 애씁니다. "그래 좋은 약은 입에 쓰기 마련이야. 아, 하나님은 지금 나의 모습 이대로 만족하시지 않고 나를 더 크게 쓰시려고 나를 모질게 훈련하시는구나." 그리고 내게 고난이 없을 때면, 나는 종종 이렇게 기도합니다. "하나님, 나는 더 이상 쓸모가 없는 사람입니까? 나는 더 이상 큰 그릇이 될 수 없는 사람입니까? 어찌하여 나를 더 이상 훈련하시지 않습니까?" 그래서 어떤 때는 고난이 기다려지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여러분에게 고난이 닥쳐오더라도, 근심하지 마시고 오히려 기뻐하는 법을 배우십시오. 근심에 빠지면, 건강만 잃는 게 아니라 신앙도 잃고 소망도 잃고 맙니다. 우리가 잘못해서 고난이 오더라도, 징계는 하나님의 사랑의 징표이니 기뻐할 것입니다. 자식을 징계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부모는 참 부모가 아니라 의붓 부모입니다. 억울한 고난이 여러분에게 닥쳐오더라도, 오히려 기뻐하고 즐거워하십시오. 그렇게 되면, 고난을 극복하는 힘이 생길 뿐만 아니라 고난을 통해 큰 유익을 얻습니다. 그렇게 되면 고난이 축복의 통로로 변합니다. 고난을 통해 훈련을 받지 않고서도 주님을 위해 훌륭한 일을 한 사람은 드뭅니다. 하나님은 크게 쓰실 자를 강하게 훈련하십니다.
3. 끝으로 생명의 증인이 되는 길은 영생을 위해 심는 데 있습니다.
이 땅에서 우리가 아무리 건강하고 풍성한 생명을 누린다고 할지라도, 우리의 생명은 시한부 생명이며, 덧없는 생명입니다. 제가 20,30대가 될 때만 해도, "세월이 흐르는 물과 같고 심지어 날아가는 화살과 같다"는 말이 도저히 실감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세월이 거북이 걸음과 같이 느려서 더 빨리 갔으면 하고 바랬습니다. 그러나 어언 50십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고 보니, 지나간 날이 너무 빨리 가 버렸다는 느낌이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여러분, 정말 선조들의 깨달음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닙니다. 인생은 해가 뜨면 금방 사라지는 아침 이슬과 같고 안개와 같습니다. 인생은 일장춘몽(一場春夢)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세월을 아끼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세월을 쪼개 가며 잘 쓴다고 하더라도, 인생의 연수는 70이요, 강건하면 80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생에서 건강하고 알찬 삶을 살뿐만 아니라, 이 생에서 영생을 준비하고 영생을 위해 심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특히 생명을 경시하는 가장 잘못된 사상은 무신론과 물질주의인데 이를 믿는 현대인들에게 우리가 꼭 전해야 할 말은 바로 이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일회용 생명으로 만드시지 않았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므로 우리와 영원한 사랑을 나누기를 바라신다. 하나님은 산 자의 하나님이시므로 우리에게 영생을 주시기를 기뻐하신다. 죽음으로 모든 게 끝장나는 게 아니라 죽음 후에는 하나님의 심판이 있다. 하나님은 죽을 생명도 일으키시는 분이시다. 그러므로 영생을 믿고 이생을 경건히 살자. 이 생에서 영생을 위해 심자. 믿음을 심고, 소망을 심고 사랑을 심자. 특히 사랑은 영원하고 가장 소중한 것이니, 이 땅에 살 동안 사랑을 심고 키우고 가꾸자.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에서 우리의 생명이 영원토록 풍성해지도록, 이 땅에 재물을 쌓지 말고 하늘에 보화를 쌓자.
생명이 위협받고 절망과 불신앙이 지배하는 이 시대에 생명을 아끼고, 건강한 생명을 풍성히 누리고, 영생을 위해 심는 일이야말로 그리스도인들이 감당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명이요, 또 불신자들에게 전해야 할 기쁜 소식입니다. 우리 다같이 우리가 살고 일하는 현장에서 "생명의 증인"이 되고, "생명의 의사"가 되고, "생명의 파수꾼"이 되고, "생명의 선교사"가 됩시다.